최근 비무장지대 (DMZ) 투어를 다녀오며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군사분계선을 남방한계선과 헷갈리거나 민간인 출입통제선을 줄여 부르는 '민통선'을 타는 배인 줄 아는 등 어이가 없을 정도여서 내심 창피했습니다. 38선, 군사분계선 (휴전선),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 사이의 비무장지대 (DMZ), 민통선, 그리고 4개의 땅굴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북위 38도 - 38선
1945년 광복 후, 일본군의 항복과 무장해 및 점령지의 전후 처리를 위해 북위 38도선을 기준으로 북쪽은 소련군이 주둔하고 남쪽은 미군이 주둔하며 임시 군사분계선 역할을 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의미 없는 선이 되었지만 아직도 '38선'하면 휴전선과 혼동하기도 합니다. 강원도 여행하면 38선 휴게소 등의 이름을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군사분계선 (MDL, Militart Demarcation Line / 휴전선)
일반적으로는 휴전선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공식적으로는 군사분계선이며 영어 약자로 MDL이라고 부릅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후, 1953년 7월 현재의 군사분계선이 설정되었습니다. 38선에 비해 서쪽은 남쪽으로 더 내려왔고 동쪽은 북쪽으로 더 올라갔습니다.
흔히, 가끔 영상에서 보는 긴 철책을 군사분계선으로 생각하는데 실제 군사분계선 (총길이 248km)은 5~600미터 간격으로 1,292개의 팻말이 박혀있습니다. 그중 696개의 팻말이 남쪽을 바라보고 있으며, 596개는 북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남한의 팻말에는 한글과 영어로 표시가 되어있고, 북한의 팻말에는 한글과 한자가 적혀있습니다.
흔히 떠올리는 철책은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2km 떨어진 남방한계선입니다.
비무장지대 (DMZ, Demilitarized Zone)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북쪽과 남쪽 각각 2km에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으로 두고, 그 사이의 공간을 비무장지대로 설정했습니다. 군사 활동이 금지된 지역이지만 서로 가장 가까운 지역이라 첨예한 대치가 이뤄지는 장소입니다. 민간인은 DMZ 투어를 통해 파주 임진각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비무장지대 내에 있는 제3땅굴과 도라전망대를 볼 수 있습니다.
민통선 (민간인 출입통제선, CACL - Civilian Access Control Line)
남방한계선보다 조금 더 남쪽에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민통선이 있습니다. 군부대 위치 노출 등의 위험으로 지도상에서 민통선을 볼 수는 없습니다. 앞서 설명한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약 10킬로미터 이내로 민통선을 지정했고 현재 민통선 내 10개 이하의 마을이 남아있습니다.
네 개의 땅굴
북한이 남침을 위해 과거에 서울을 향해 판 네 개의 땅굴이 DMZ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중 3개의 땅굴은 관광 자원화되어 일반인도 들러볼 수 있습니다.
▶ 제1땅굴
1974년 11월에 연천군에서 발견됐습니다. 너비 90센티미터, 높이 1.2미터였으며 깊이가 250센티에서 450센티 사이에 있을 정도로 낮은 땅굴이었습니다. 총 3.5km에 달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며 서울에서 65km밖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1시간에 1개 연대 이상의 무장병력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입니다.
발견 15일 때, 수색조가 수색작업을 하다 군사분계선 남쪽 300미터 지점에서 북한군의 부비트랩으로 폭발사고가 났으며 이때, 해병대 김학철 소령과 미 해군 장교 로버트 맥퀸 벨린저 중령이 순직했으며 미 육군 5명과 한국 육군 1명이 부상당했습니다.
▶ 제2땅굴
1975년 3월에 철원에서 발견됐습니다. 현재 철원군에서 운영하는 관광코스의 일부이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도 공개되어있습니다. 제2땅굴은 지표에서 45미터 아래 단단한 화강암을 뚫어놓은 것으로 제1땅굴에 비해 규모가 컸습니다. 너비와 높이는 모두 2미터, 길이는 3.5킬로미터이며 깊이는 지하 50~160미터에 걸쳐 있습니다.
발견 당시 현대건설에서 중장비를 도움받아 발견했으며, 부비트랩을 건드려 국군장병 7명이 전사했습니다. 한 달 후, 수색과정에서 1명의 전사자가 또 발생해서 총 8명의 국군 장병이 희생됐습니다.
▶ 제3땅굴
1978년 10월에 판문점 남방 4킬로미터 지점에서 발견된 땅굴로 서울에서 불과 44킬로미터 떨어진 곳입니다. 너비, 높이 모두 2미터로 제2땅굴과 같은 폭과 높이의 땅굴이며 길이는 약 1.6킬로미터 깊이는 73미터에 있습니다. 1시간에 3만여 명의 무장병력을 이동시킬 수 있는 규모입니다. 임진각에서 출발하는 DMZ 투어를 통해 제3땅굴을 방문할 수 있으며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분들이 제일 쉽게 갈 수 있는 땅굴입니다.
▶ 제4땅굴
1990년 3월 양구군에서 발견됐으며 지하 145미터에 폭 2미터, 길이 2킬로미터 규모였습니다. 발견 과정에서 군견 헌트 소위가 목함지뢰에 희생됐으며 1개 분대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제4땅굴 옆에 군견 헌트 소위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제2, 제3땅굴처럼 양구군에서 운영하는 관광 코스의 일부라 일반인에게 공개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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